다시 신용카드를 만들게 된 이유

AHN

빚 청산 이후의 소비 선택

빚을 모두 갚고 난 뒤, 저는 한동안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절대 다시는 카드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다짐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몇 년 뒤, 저는 스스로의 의지로 다시 신용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이 글은 제가 왜 다시 신용카드를 만들게 되었는지, 그 결정이 두렵지 않았던 이유, 그리고 지금의 소비는 예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1. 카드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다는 걸 인정하게 되기까지

과거의 빚은 대부분 카드에서 비롯됐습니다. 할부, 현금서비스, 리볼빙, 카드론… 카드가 주는 ‘당장의 여유’는 결국 나중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왔고, 매달 결제일마다 불안에 떨었죠.

그렇기에 빚을 청산하고 나서도 저는 카드라는 것 자체를 혐오처럼 느꼈습니다.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도 했고, 실제로 수년간 체크카드만 썼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카드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때의 내가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거구나.”


2. 체크카드만으로는 어려운 순간이 찾아왔다

체크카드는 분명 좋은 소비 도구입니다. 내가 가진 만큼만 쓸 수 있고, 잔고를 의식하게 하니까요. 하지만 세상은 늘 체크카드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순간들을 만들어냅니다.

  • 항공권 예약 시 신용카드만 가능할 때
  • 숙소 예약 보증으로 실물 카드가 필요한 경우
  • 해외 온라인 결제에서 자꾸 오류가 날 때

또한, 여러 정기결제 서비스를 통합해서 관리하기에도 신용카드가 편리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신용카드는 강력한 무기’라는 걸 인식하게 됐어요.


3. 신용카드를 다시 만들기로 한 날

카드사 앱을 켜고 신청서를 작성하던 그날, 솔직히 손이 떨렸습니다. ‘내가 또 예전으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달랐습니다. 이번에는 소비를 위한 카드가 아니라, 기록과 정리를 위한 카드였거든요. 월 사용 한도를 50만 원으로 정하고, 자동이체 항목만 넣었고, 모든 결제 내역은 엑셀로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앱 알림을 통해 실시간으로 모든 승인 내역을 체크하고, 매달 사용 리포트를 만들어보면서 내가 어떻게 돈을 쓰는 사람인지 진단하는 도구로 활용하게 되었죠.


4. 신용을 관리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예전엔 카드 한도가 높아지면, 그걸 다 써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반대입니다. 한도가 높아질수록, 사용은 더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매달 결제일을 넘기지 않고, 신용등급이 유지되는 걸 보며 ‘아, 나도 이제 금융 시스템 안에서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구나’라는 자존감도 생겼습니다.

지금은 신용점수를 관리하면서, 필요한 순간에만 카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체크카드와 함께 쓰며 장단점을 나눠 사용하고, 큰 금액의 결제는 반드시 사전에 계획표에 반영하고 나서야 진행합니다.


5. 소비는 카드가 아니라 내가 결정하는 것

이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문제는 카드가 아니라, 소비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느냐의 차이라고요.

예전엔 카드가 제 삶을 끌고 갔습니다. ‘카드로 뭘 살까’가 아니라, ‘무엇이 결제될 예정이니 또 뭘 해야 하지?’ 같은 압박감 속에 살았죠. 하지만 지금은 ‘내가 필요해서 카드를 쓴다’라는 인식이 확실히 자리 잡았습니다.

카드는 단지 하나의 수단일 뿐이고, 그 수단을 내가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결국 경제적 자존감을 만든다는 것. 그걸 몸으로 배운 뒤라, 이제는 카드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마무리하며

다시 신용카드를 만들게 된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제는 내가 준비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카드에 끌려 다니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 시절 덕분에 지금은 같은 도구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쓸 수 있게 됐어요.

지금 신용카드를 만들까 말까 고민 중이시라면, 이렇게 질문해보세요.

“카드를 만들 준비가 된 나인가? 아니면, 그저 카드가 필요한 상황인가?”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한 소비는, 빚이 아니라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 문의: bredleypi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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