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거절당했던 날 돈이 없어서 힘든 게 아니라, 빌릴 수 없어서 막막했던 날

AHN

누구나 한 번쯤은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가 찾아옵니다. 저는 그 순간, “그래도 신용카드 연체도 없고, 꾸준히 일했으니 어느 정도는 가능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대출을 신청했어요. 그런데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심사 결과, 대출이 불가합니다.”

그 문장을 처음 본 순간, 단순히 돈을 빌리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내가 금융 시스템 안에서 얼마나 취약한 사람인가’를 깨닫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글은 제가 실제 대출 거절을 겪었던 경험과, 그 후에 어떻게 준비를 다시 했는지를 공유하는 이야기입니다.


1. 신청한 곳은 1금융권도 아니었어요

당시 저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고정 수입이 생겼고, 개인 사업자 전환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업무 장비를 구입할 목적으로 500만 원 정도가 필요했기에, 처음엔 카카오뱅크 비상금대출부터 시작했죠.

앱에서 간단하게 신용등급과 통신비 납부이력, 소득 추정치 등을 기반으로 사전심사를 받을 수 있었는데, 예상보다 낮은 한도(50만 원)만 나왔습니다.

그 후 토스뱅크, 핀크, K뱅크 등 모바일 기반 2금융권에도 신청해봤지만, 결과는 대부분 “심사 불가” 또는 “조건부 거절”.

결정적인 거절 사유는 고정적인 급여 소득이 없다는 점, 그리고 기존 신용카드 사용 패턴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2. 점수가 아니라, ‘패턴’이 문제였다

놀라운 건 제 신용점수는 당시 NICE 기준 735점, 올크레딧 기준 720점으로 대출 거절 기준에 해당하는 저신용자도 아니었단 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절된 이유를 자세히 상담받아보니, 문제는 ‘신용 점수’보다 ‘신용 데이터의 패턴’이었습니다.

  • 수입이 매달 일정하지 않음
  • 체크카드 사용 비율이 낮고, 신용카드 위주 소비
  • 최근 6개월간 현금서비스 2회 사용
  • 상품권 구매/소액결제 빈도

이런 데이터들이 모여 ‘리스크 고객’으로 판단된다는 얘기를 듣고, 돈을 쓰는 방식이 나의 신용 이미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습니다.


3. 가장 힘들었던 건, 돈이 아니라 자존감

사실 대출 거절 그 자체보다 더 충격이었던 건, 거절당했다는 경험 자체에서 오는 자존감 하락이었습니다. ‘나는 사회가 신뢰하지 않는 사람인가?’, ‘비상금 300만 원도 빌릴 수 없는 존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주변 친구들이 쉽게 대출을 받거나, 카드론을 쓰는 걸 보며 괜히 더 위축되기도 했어요. 그날 이후로 며칠 동안은 앱을 켜는 것도 두렵고, 다시 대출을 신청할 용기도 나지 않았습니다.


4. 다시 시작한 건 습관부터였습니다

다행히 저는 좌절만 하고 있진 않았습니다. 그 후 6개월간 제가 바꾼 건 아주 작은 것들이었습니다:

  1. 모든 공과금 자동이체로 전환
  2.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 사용률을 70% 이상으로 조정
  3. 소액결제, 정보이용료 완전 차단
  4. 자기 계좌로 매월 ‘급여 이체’처럼 입금해 소득 흐름 연출
  5. 마이데이터 앱에서 신용점수 추이 확인하며 루틴 유지

이렇게 6개월을 버텼고, 실제로 NICE 점수는 742 → 768점, 올크레딧은 720 → 755점으로 상승했고, 무엇보다 ‘거절당하지 않는 패턴’이 잡힌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무리하며

대출이란 건 단순히 돈을 빌리는 행위가 아닙니다. 당신이 금융 시스템 안에서 어떤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에요. 그 거울 앞에서 한 번 거절당한 저는, 이후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소비 습관과 금융 패턴을 고쳐나갔습니다.

혹시 지금 대출 거절을 겪으셨다면, 낙담하지 마세요. 중요한 건 지금부터입니다. 돈이 없었던 게 아니라, 준비가 안 된 상태였을 뿐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 변화는 시작됩니다.

✉️ 문의: bredleypi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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