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지출 계획표, 이렇게 만들고 이렇게 써먹는다

AHN

돈의 흐름을 보는 기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게 문제였습니다. 매달 비슷하게 벌고, 비슷하게 쓰는데 통장은 항상 바닥. 그래서 시작한 게 바로 ‘월 지출 계획표’였습니다.

처음엔 귀찮고 복잡해 보였지만, 몇 달 반복하고 나니 알겠더라고요. 지출을 미리 계획하는 순간부터 돈이 ‘도망가는 게 아니라 움직이는’ 느낌이 된다는 걸요.

이 글은 제가 실제로 매달 작성하고 활용하고 있는 월 지출 계획표 만드는 방법과 실전 사용 팁을 나누는 글입니다.


1. 계획표는 종이든 앱이든 상관없다 – 중요한 건 구조

계획표는 꼭 엑셀로 만들 필요 없습니다. 저는 초반엔 종이 수첩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관리하고 있어요.

형식보다 중요한 건 내 삶에 맞는 구조입니다. 저는 크게 아래 5개 항목으로 구분합니다:

  • 고정 지출: 월세, 통신비, 보험료, 구독료 등
  • 변동 지출: 식비, 쇼핑, 교통비, 병원비 등
  • 비정기 지출: 경조사, 생일, 계절용품 등
  • 저축/상환: 적금, 비상금, 대출/카드 상환 등
  • 예비/잔여 항목: 예산 오차 대비, 소소한 여유금

이렇게 나누면 소비 흐름이 자연스럽게 ‘정기 vs 비정기 / 필요한 지출 vs 선택적 지출’로 나뉘어 훨씬 관리하기 쉬워집니다.


2. 지출 항목을 정할 땐 ‘지난달 이력’부터 보자

사람은 거의 비슷한 패턴대로 씁니다. 그래서 월 지출 계획표를 만들 땐 이전 달 카드명세서와 통장 내역을 꼭 참고합니다.

예를 들어:

  • 식비: 38만 원
  • 카페/간식: 9만 원
  • 교통비: 6만 원
  • 정기구독: 3만 5천 원

이렇게 나열해보면, 내가 ‘식비’가 아니라 ‘카페 지출’이 많은 사람이란 걸 체감할 수 있어요. 그걸 바탕으로 계획표에서 각 항목별 ‘예산 한도’를 지정합니다.

계획은 현실 기반으로 세워야 실천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3. 고정지출부터 먼저 채워라 – 기본을 안전하게

계획표를 쓸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고정지출 파악 후 선반영입니다.

  • 월세 45만 원
  • 통신비 6만 원
  • 보험료 7만 원
  • OTT, 유료앱 구독 1.5만 원

이 금액들을 먼저 제외하고 나면, 실제로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가 정확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거예요:

‘내가 한 달에 200만 원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 ‘150만 원만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각.

이 감각이 생기면 무리한 소비도 줄고, 남은 금액으로 계획하는 습관이 생깁니다.


4. 변동지출은 ‘주간 기준’으로 나눠보자

한 달 예산을 세워도 중간에 조절이 안 되는 이유는 대부분 타이밍 조절 실패입니다. 그래서 저는 변동지출은 ‘주간 단위’로 나눠 관리합니다.

예시:

  • 식비 한 달 예산 40만 원 → 주간 10만 원
  • 쇼핑/자기계발 12만 원 → 주간 3만 원
  • 교통비 8만 원 → 주간 2만 원

이렇게 하면 주말에 폭주해도 월말에 쪼들리는 걸 방지할 수 있어요. 그리고 지출 앱(가계부 앱)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지출 내역 정리해서 이번 주 예산 얼마 남았는지 체크하는 루틴도 생깁니다.


5. 예비비와 ‘계획 없음 항목’은 꼭 있어야 한다

예산을 계획한다고 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늘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월 계획표에 예비비 5만~10만 원을 따로 넣어둡니다.

또한, ‘용도 미정’ 항목도 만들어둡니다. 이건 말 그대로 어디 쓸지 모르지만 남겨둔 돈이고, 그 달이 끝나고 남으면 저축 or 비상금으로 자동 이월해요.

이런 구조를 만들면 ‘계획이 무너졌을 때도 망가지지 않는 구조’가 됩니다. 유연함은 지속가능한 계획의 핵심입니다.


6. 계획표는 ‘지켜야 할 룰’이 아니라 ‘조정 가능한 지도’다

지출 계획표를 만들고 나면, 가끔 ‘실패했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예산 초과하거나, 갑작스러운 경조사 생기거나, 참으려다 소비했을 때 등.

하지만 그건 실패가 아니라 조정할 타이밍이 왔다는 신호입니다.

저는 그런 일이 생기면 ‘월간 지출 일기’를 씁니다:

  • 오늘 커피 3잔… 감정 소비였음
  • 회식 예상 못함 → 예비비에서 전환
  • 책 2권 구매, 미정 항목에서 지출 처리

이렇게 정리해두면 나중에 다시 계획할 때 내 소비 성향과 감정 연결 고리도 파악할 수 있어요.


마무리하며

월 지출 계획표는 단순한 예산 관리표가 아닙니다. 돈과 내가 맺는 관계를 매달 점검하는 도구예요.

지금 통장이 텅 비어 있다면, 수입보다 먼저 계획표를 만들어보세요. 돈이 없던 게 아니라, 계획이 없던 거였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걸 매달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내가 돈을 다루는 게 아니라, 이제는 돈이 내 계획대로 움직여요.”

✉️ 문의: bredleypi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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