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확실한 자립의 시작
돈을 아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저는 처음엔 소비를 줄이는 것부터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어요. 돈을 아끼는 것만큼 중요한 건, 내 손으로 돈을 ‘조금이라도’ 만들어보는 경험이라는 걸요.
그 첫 시작이 바로 중고거래였습니다.
이 글은 제가 생활 속에서 중고거래를 통해 얻은 수입, 그 과정을 통해 배우게 된 것들, 그리고 중고거래가 단순한 거래를 넘어 나에게 준 자립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시작은 ‘버리기 아까운 물건’ 한 개였다
중고거래는 대단한 판매 기술이나 안목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집 안에 있는 ‘안 쓰지만 상태는 좋은 물건’ 하나만 있으면 됐어요.
- 오래된 가습기 (거의 새 것) → 12,000원 판매
- 책 3권 (중고책 플랫폼) → 9,000원
- 쓰지 않는 무선 키보드 → 15,000원
이렇게 첫 한 달 동안 4건의 거래로 총 42,000원을 벌었어요. 누군가는 작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돈은 내가 쓴 돈이 아니라 내가 만든 돈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달랐습니다.
2. 수입보다 더 큰 건 ‘내가 뭔가 할 수 있다는 감각’이었다
중고거래는 저에게 단순히 돈을 벌었다는 감정보다, “나도 돈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감각을 줬습니다. 처음엔 누가 사갈까 싶었던 물건이 팔리고, 후기까지 남겨주는 걸 보면서 자존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중요한 건 이 수입은 직장에서의 노동 외에 생긴 ‘내 돈’이었다는 점입니다. 아주 작고, 느리지만 확실한 자립의 시작이었습니다.
3. 거래할 물건을 고르는 기준 – 공간과 감정
저는 중고거래를 시작할 때, 이런 기준으로 물건을 골랐습니다
- 최근 6개월 이상 사용하지 않은 물건
- 보자마자 ‘있어도 없어도 되는 것’ 같은 느낌
- ‘버리긴 아깝지만 애정은 사라진’ 물건
물건을 고르고 정리하는 과정은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감정 정리와 정체성 정돈의 과정이었습니다. ‘내가 이제는 필요 없는 걸 놓을 수 있다’는 게 참 뿌듯하더라고요.
4. 중고거래는 ‘돈 버는 일’이 아니라 ‘루틴’이 되어야 한다
한 달에 몇 만 원씩 벌다 보면, 이걸 ‘부수입’이라고 하기 애매한 시기도 옵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그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만드는 습관화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은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 매월 마지막 주, 방 한 바퀴 돌기 (팔 수 있는 물건 탐색)
- 분기마다 옷장 정리 + 중고 플랫폼 등록
- 거래 성사 시 수익금은 ‘비상금 통장’으로 이체
이렇게 하면 수익이 작아도 ‘생활 속 재정 순환 구조’가 생기고, 나도 모르게 비축되는 돈이 늘어나게 됩니다.
5.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도 얻는 게 있었다
중고거래는 항상 성사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 내가 가진 물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생기고
- 시장 가격 감각이 생기며
- 지출을 줄이는 소비 습관도 생겼어요
예전에는 바로 샀던 물건들도, 이제는 “나중에 팔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보게 됩니다. 이건 소비 자체의 패턴을 바꿔주는 훈련이 되기도 했어요.
6. 지금까지 팔아서 모은 총 수익은?
2023년 7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저는 총 87건의 중고거래를 했고, 누적 수익은 약 64만 원입니다.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돈의 의미는 단순한 숫자 그 이상이었습니다.
- 비상금 통장에 30만 원 적립
- 중고거래 수익으로 이어폰, 의자, 전기포트 재구매
- 생필품 비용 충당, 일부 외식비 대체
작은 거래 하나하나가 내가 주도한 소비와 수입의 순환 고리로 남게 되었습니다.
마무리하며
중고거래는 단순한 ‘판매’가 아닙니다. 나의 자산을 정리하고, 소비 패턴을 점검하고, 작은 수입 루틴을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혹시 지금 집 안 어딘가에 ‘언젠가 쓸지도 몰라’라며 쌓여 있는 물건이 있다면, 그건 단순한 짐이 아니라 작은 수입이자 내 삶을 정돈할 기회일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다시 순환시키는 일, 그것만으로도 자립은 시작된다.”
✉️ 문의: bredleypit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