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바로 입금, 신용등급 영향 적음, 무서류 간편 신청.” 이 문구는 그 당시의 제 눈에는 ‘구세주’처럼 보였습니다. 카드론을 처음 신청했던 날, 정말 고민도 없이 버튼을 눌렀어요. 하루만 버티면 어떻게든 되겠지, 이 생각이었죠.
이 글은 제가 실제 카드론을 이용해 급한 자금을 해결했던 경험과, 그 이후에 맞닥뜨린 심리적·재정적 후폭풍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도움됐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이 되었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1. 시작은 가벼운 유혹이었다
당시 제 상황은 간단했습니다. 한 달 카드값 140만 원, 통장 잔액은 7만 원. 생활비도 빠듯했는데, 카드 결제일이 다음날이었어요.
카드사 앱을 열자마자 눈에 띈 게 바로 카드론. “지금 300만 원까지 당일 입금 가능!”이라는 문구가 딱 떴고, 이자율은 10.8%였죠.
그땐 이자율도 숫자로만 보였지, 그게 실제로 얼마나 부담이 될지 계산해보지 않았습니다.
결국 150만 원을 신청했고, 몇 시간 후 입금 완료. 카드값은 막았습니다. 그날은 정말 살 것 같았어요.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2. 돈보다 무서운 건 습관이었습니다
한 번 맛본 ‘빠른 현금’은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그다음 달도 비슷한 상황이 오자 또 카드론을 신청했고, 세 번째 달부터는 이자만 4만 원이 넘어가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는 갚는 돈이 아니라, 이자를 먼저 내기 위한 돈을 준비하는 구조가 됐습니다. 150만 원을 빌리고, 매달 약 13만 원씩 갚는 방식으로 1년이 지나자 남은 원금은 겨우 50만 원 수준이었죠.
그리고 더 무서웠던 건, 이 사실이 신용평가에 반영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엔 ‘이자만 내고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주 잘못된 믿음이었어요. 신용정보에는 ‘지속적인 카드론 사용’으로 기록이 남고 있었더라고요.
게다가 점점 더 한도를 채워가니, 카드사에서도 카드론 추가 한도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엔 카드론뿐만 아니라, 신규 카드 신청도 막히고, 기존 카드 한도도 축소되는 상황까지 겪게 됩니다.
3. 신용점수, 예상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카드론을 사용하면 신용점수에 직접적인 타격이 없다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다릅니다.
- 카드론 신청 시 ‘신규 대출 기록’이 생김
-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장기 대출자’로 분류
- 매월 이자 납부 내역이 적으면 ‘리스크 신호’로 인식
제 경우, 카드론 사용 후 NICE 점수는 760점대에서 712점으로 약 50점 하락했고, 다른 금융 상품 사전심사에서는 조건부 승인 또는 거절이 반복됐어요.
게다가 카드론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저축은행, 캐피탈사 대출 한도가 더 낮게 책정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한 번은 자동차 할부 심사에서도 ‘최근 12개월 카드론 사용 이력’이 문제로 지적돼 보증금 2배 조건이 붙었습니다.
4. 빠져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11개월
그 이후로 저는 카드론 상환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습니다.
- 불필요한 모든 자동결제 중단
- 카드 사용량 절반 이하로 축소
- 수입의 40%를 카드론 상환에 우선 배정
- 일주일 단위로 상환 잔액 체크
- 상환 전용 계좌를 만들어 일별 납입 습관화
이렇게 하면서도 심리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내가 빚쟁이라는 자각’이었습니다. 돈을 빌렸다는 사실보다,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 이자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더 고통스러웠습니다.
특히 매달 반복되는 “이번 달만 넘기자”는 마음이 쌓이다 보니, 자기 자신을 믿기 힘들어지는 시점이 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쉽게 돈을 빌렸지?’ ‘왜 이렇게 자꾸 빚을 반복하지?’ 이런 자책이 길어지면, 실제로 멘탈 관리가 어려워져요.
결국 11개월 만에 카드론을 완납했고, 그 직후에야 신용점수도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는 데엔 거의 1년 반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 저는 신규 금융상품 신청을 최대한 자제하고, 체크카드 중심 소비로 생활 패턴을 바꾸는 데 집중했어요.
마무리하며
카드론은 분명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만 보면 절대 안 됩니다. 습관처럼 반복되면, 갚는 구조가 아니라 살아내는 구조가 되어버립니다.
그 당시의 나는 카드론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재정 계획이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카드론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꼭 이자 총액과 신용점수 하락 가능성까지 감안해서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그날 카드값은 막았지만, 내 삶 전체를 무기한 할부로 넘기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셔야 해요.
✉️ 문의: bredleypit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