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10만 원으로 살아보기

AHN

돈을 줄였더니 시간이 보였다

지출을 통제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합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얼마나 줄여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죠. 그래서 저는 스스로에게 실험을 걸어봤습니다.

“한 달 동안 10만 원으로 살아보기.”

고정비와 필수지출(월세, 교통비, 통신비 등)은 제외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소비 예산을 단 10만 원으로 제한한 겁니다. 이 글은 그 한 달간의 실험기이자, 돈이 없어서 생긴 변화가 아닌, 돈을 줄이면서 얻은 변화에 대한 기록입니다.


1. 10만 원은 적은 금액이 아니다 – 의외로 꽤 쓸 수 있다

처음 도전할 때 주변에선 “불가능 아니야?”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계산해보니, 하루 약 3,300원 수준입니다. 무조건 굶고 참아야 하는 금액이 아니라, ‘선택’을 조정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 커피는 집에서 내려 마시기
  • 도시락 지참 또는 간단한 샐러드 직접 만들기
  • 외식은 한 달에 두 번만 허용
  • 쇼핑은 중고거래 또는 대여 활용

이 기준을 정하니 10만 원으로도 일상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소비 습관이었단 걸 실감하게 됐어요.


2. 소비 기록 앱으로 매일 사용내역 점검

챌린지를 하면서 가장 유용했던 건 가계부 앱 기록이었습니다. 10만 원 한도 안에서 매일 사용한 금액과 잔액을 기록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비에 대한 감각이 살아납니다.

예시

  • 3/2 커피 원두 4,800원
  • 3/5 지인 생일 선물 7,500원 (핸드메이드 초콜릿)
  • 3/10 편의점 간식 2,300원

이렇게 기록하고 매일 밤마다 ‘남은 예산’을 체크하는 루틴이 생기니, 돈이 눈에 보이는 실체로 다가왔습니다. 더 이상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는 지출’이 없었어요.


3. 줄이는 게 아니라, 고르는 연습이었다

10만 원 예산은 ‘절약 챌린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선택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이었습니다.

  • 친구와의 커피는 유지하되, 1회 → 2주 1회로
  • 읽고 싶던 책은 도서관 이용 또는 중고구매
  • 치킨 대신 직접 구운 닭가슴살 샐러드로 대체

소비를 ‘참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미루는가’에 대한 연습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나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자꾸 묻게 되었고, 소비의 질은 더 높아졌어요.


4. 돈을 안 쓰니, 시간이 생겼다

의외였던 변화는 바로 이거였습니다. 돈을 쓰지 않으니, 할 게 없어서 시간이 생긴다는 것. 그런데 그 시간이 오히려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 집에서 책을 읽기 시작함 (도서관에서 대여)
  • 유튜브 대신 산책하며 팟캐스트 청취
  • 가계부 정리, 일기 쓰기, 요리하기 등 루틴 증가

그동안은 돈을 쓰지 않으면 시간이 비게 될까 두려웠는데, 막상 실천해보니 돈을 줄인 만큼 오히려 하루가 풍성해졌습니다.


5. 중간 위기가 올 때는 ‘챌린지 이유’ 다시 보기

물론 위기도 있었습니다. 중순쯤 배달 앱을 켜고 1시간 동안 메뉴를 고른 적도 있고, 세일 알림에 마음이 흔들릴 때도 많았죠. 그럴 땐 처음 다짐을 적어둔 메모를 다시 봤습니다.

“내가 돈을 줄이는 이유는, 불편을 참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비를 이해하기 위해서다.”

이 문장을 반복하며 소비를 미루거나 대체할 수 있었어요. 그저 참는 게 아니라, 내 선택을 존중하는 감각이 생겼던 겁니다.


6. 한 달 후, 나에게 돌아온 것들

챌린지 마지막 날, 잔액은 1,600원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뿌듯했던 건

  • 소비 자각력이 높아졌다
  • 내 시간과 감정을 내 손으로 설계하게 됐다
  • 단순한 하루의 가치가 커졌다

그리고 무리하지 않았기에 ‘한 달만 하고 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소비습관으로 바뀌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였습니다. 지금은 월 예산을 15~20만 원으로 늘리되, 같은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요.


마무리하며

한 달 10만 원 소비 챌린지는 절약보다 ‘소비 철학’을 만들어준 경험이었습니다.

돈을 줄였더니, 내 선택이 더 또렷해지고, 시간과 감정의 밀도가 올라갔어요.

혹시 지금 ‘돈을 아끼는 법’을 고민 중이라면, 거창한 재테크보다 작고 구체적인 챌린지 하나부터 시작해보세요.

“돈이 없으면 불편해지지만, 돈을 줄이면 내가 보입니다.”

✉️ 문의: bredleypit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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